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길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길

정미영 시민기자

 

  가톨릭에선 부활절 전 40일간을 ‘사순절’이라 한다. 주일을 뺀 40일간 기도, 희생, 보속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의 의미를 묵상하고 참회하는 은총의 시기이다.

 

  특히 이때는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Via Dolorosa를 걷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Via는 '길', Dolorosa는 '아픈' 이라는 뜻으로 곧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되기까지 스스로 걸어가신 고난의 길, 바로 십자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이다. 이는 단지 종교적인 예식의 차원만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무게가 주는 십자가를 지고 예수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자 함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접경지에 위치한 800km를 걷는 힘든 여정의 산티아고 순례길 또한 버킷리스트에 손꼽힐 정도로 사람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편안하고 안락한 휴양지를 뒤로하고 고난의 흔적을 찾아?힘든 길을 택하는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나주시에 있는 '나주 성모동산의 십자가의 길'은 사순절뿐만 아니라 매달 국내 외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불교, 토속신앙과 무신론자 등 모든 종파를 아우른다. 이곳 십자가의 길에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예수님께서 '성혈(聖血)'을 여러 차례 흘려주신 사실이 알려 지면서 유명해졌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으며 회개하여 암이나 불치병 등이 치유되는 수많은 기적이 일어나 치유의 길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기적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이다. 그들 중에는 저마다의 힘든 사연들로 인하여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거나 삶을 포기 하려던 이들도 많다.

 

100억 자산가였던 손진필(現 수원 거주, 75세)씨는 IMF 때 상호연대보증을 선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자 재산을 지키려고 시골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몇 년을 혼자 지냈다. 어느 날, 가족이 보낸 사람들에게 구타당하고 목 졸려 버려졌다. 병원에선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간신히 살아났다. 하지만 그 사이 가족은 다 이민을 가버렸고, 손씨는 복수심에 불타 노숙자보다 더 비참한 생활을 버텼다. 그러다 나주 율리아님이 살아온 삶을 기록한 ‘님 향한 사랑의 길’을 읽고 나주 순례를 시작했다.

 

그는 나주를 순례하면서 놀라운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고, 평생 지울 수 없을 것 같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았다. 예수님과 성모님, 내세를 믿게 된 그는 자신을 죽이려던 자들과 처, 자식들을 다 용서하고 지금은 작은 일도 감사하며 기쁘게 산다. 그는 언젠가 가족을 만난다면 용서를 청하겠다고 했다.

 

마산 김옥금(가정주부, 55세)씨는 알콜 중독 남편 때문에 가족이 힘든 생활을 했다. 남편은 재산을 다 날리고 가출했다. 김씨는 집도 없이 마을 경로당에서 10년 동안 지내며 자녀들을 키우다 나주 성모동산에 순례하게 된다. 하루는 십자가의 길 12처(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하는 곳)에서 그동안 자신이 잘못한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회개하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용서하고 남편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나주를 순례한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이 돌아와 그녀는 예수님으로 생각하며 받아주자 술을 끊었다. 이들은 지난날을 용서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김씨는 ‘이제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주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에서 기도하며 회개한 이들은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알게 해준 은인'이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까지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용서해 달라며 기도하셨다.(루카23;34)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예수님의 고통과 희생의 상징인 성혈이 뭍은 이 자갈밭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맨발로 오르는 이들 또한 ‘용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 것이다.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 마지막 15처에는 양손을 들고 강복하시는 부활 예수님 상이 있다. 순례자들이 이 길을 통해 얻은 것은 부활한 예수님과 함께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삶, 바로 ‘부활의 삶(복음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순절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힘들어 주저앉고 싶어질 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주로 '순례'를 떠나 보는 것도 나 자신을 위한 소중한 Healing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